- 후기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현대의 기술과 과학의 동향으로 미래의 역사를 그린 책이다. 지금까지의 어떤 역사학자도, 미래학자도 정확한 미래 예측을 한 적은 없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이 아니라, 과거에서 해방되어 다른 운명을 상상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과거의 영향을 피할 수 없으므로 이것이 완전한 자유는 아니지만, 약간의 자유라도 있는 편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저자 말 처럼 정해진 운명과 다른 운명을 상상해 보는 것 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유발 하라리도, 나도,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눠 본 사람들도 이 책의 내용에 쉽게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 비슷한 미래를 보았다. 이는 우리가 모두 같은 틀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식 교육 과정에서 진화론을 배웠고,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다뤄 컴퓨터의 프로세스 과정을 이해하고 있고, 근래 들어서 데이터의 파워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또한 SF 영화에서 그려지는 미래는 대부분 디스토피아이다. 사람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 이데올로기, 시스템, 기술이라는 틀을 가지고 세상을 본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만약 정말 정말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나와 세계관이 아예 다른 사람이라면 이 책에 크게 납득되지 않았을 것 같다.
- 저자, 유발 하라리에 대하여
절대로 쉽고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술술 읽었다. 저자는 엄청난 필력의 소유자인 듯 하다. 글이 너무 매력있어서 유발 하라리에 관심이 생겼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았다. 이스라엘 출신 유대인이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이자,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 교수이다. 역사학자가 생물학 및 현대 기술에 이렇게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는 것이 놀랍다. 캐나다에서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은 그의 개인 매니저로 활동중이라고 한다. 비건이다. 그리고 자신이 엔지니어 -> 프로세서 칩 -> 데이터 순으로 전락해 버리는 흐름에 반대하는 듯 , 2019년 1월 기준으로 스마트폰을 안쓴다고 한다. 책에서 냉소적인 어조로 말한 축산업이나 데이터교를 몸소 반대하는 듯 하다.
글을 보면 블랙코미디에 조예가 상당하다. 공산주의의 실패 이유를 하나의 중앙 프로세서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의 비효율성 때문이라는 설명을 하며 덧붙인 예시를 생각하며 지금도 혼자 킥킥거린다.
"소련의 과학부는 소련의 모든 생명공학 연구소에 레닌 농업과학 아카데미의 소장을 지냈던 악명 높은 인물인 트로핌 리젠코의 이론을 채용하도록 강요했다. 리젠코는 당대의 정통적인 유전 이론을 거부했다. 그는 한 유기체가 사는 동안 어떤 새로운 형질을 획득한다면 그 형질이 후손들에게 직접 전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은 다윈주의 정설을 무시하는 것이었으나, 공산주의 교육원리와는 잘 맞아떨어졌다. 리젠코의 이론에 따르면, 밀 작물을 추운 날씨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훈련시키면 그 자손세대도 추위에 저항성을 지닐 수 있었다. 리젠코는 수십억 그루의 반혁명적인 밀 작물을 시베리아로 보내 재교육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련은 미국에서 점점 더 많은 밀가루를 수입해야 했다."
-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사피엔스는 상호주관적 의미망(허구의 이야기, 상상)을 엮음으로써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고대~중세 까지는 그 의미가 신이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과학과 기술이 이 것이 모두 허구였음을 밝혀내었다. 이에 의미를 잃은 인류는 신 대신 인류를 숭배하기 시작했다. 이 인본주의 중에서도 자유주의적 인본주의가 가장 큰 힘을 얻어 자유의지와 감정을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기고 인간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 기술은 이 마저도 허구임을 밝혀내고 있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 따위는 없으며, 무구한 역사를 통해 진화한 욕망과 감정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단지 유기체 알고리즘일 뿐이다. 컴퓨터가 무기체 알고리즘이라면 인간과의 차이는 유기체이나 무기체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생명과학은 점점 발달하여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없으며 유기체 알고리즘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확해 질 것이고, 인공지능은 계속 발달하여 유기체 알고리즘이 무기체 알고리즘보다 잘 하는 것은 찾기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인류는 인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라고 인본주의적 교육을 받으며 자란 인본주의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질문해 본다.
역사책을 읽으며 옛날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신에게서 찾는 것을 보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의 행복, 자유, 자아 라는 실존하는 존재보다 무형의 존재인 신에게서 찾을까. 하지만 인본주의 이후 세대가 나를 본다면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내가 믿는 행복, 자유, 자아 등도 모두 유기체 알고리즘 사회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허구적인 의미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진화론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적자생존에 더욱 적합한 가치만을 추구하게 될 것인가.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과학기술의 두 가지 커다란 흐름(인간=유기체 알고리즘, 인간=데이터)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내일이 되기 위해 어디에 투자해야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 이다. 첫째는 건강이다. 엄청난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별다른 노력없이 약 몇알 섭취만으로도 호모 데우스가 될 수 있는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고 가까운 시일안에 그렇게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나도 결국 유기체 알고리즘이라면, 나는 이 알고리즘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 더 좋은 연료를 주고, 양질의 휴식을 주고, 점진적 과부하 훈련을 통해 근육세포의 양을 늘려주면 된다. 또한 쓸데없는 도파민 분비를 통해 알고리즘 오퍼레이션 SOP에 차질을 주는 행위를 피한다. 그럼 나라는 알고리즘을 구성하고 있는 균, 호르몬, 세포 등은 알아서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Homo Semi-Deus 정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둘째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이 전까지는 지금 이 순간, 감정 같은 것에 집중을 했다. 이 것들이 데이터로 남아 미래에도 힘을 발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현재에 집중과 같은 가치는 휘발성이 매우 컸다. 중요한 것인 기록이다. 기록을 하여 데이터를 남겨야 한다. 데이터가 쌓여감에 따라 많은 양의 데이터는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데이터를 객관적인 형태, 관리하기 쉬운 형태의 포맷을 만들어 꾸준히 기록해 둔다면, 이 것들은 복리에 복리를 거듭하여 엄청 거대한 스노우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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