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RULES RULES

 

"정말,,, 아직도,,, 사람을 믿나?" 

이 책 제목인 '규칙 없음'을 보고 작년 '넷플릭스'에서 제작하여 엄청난 흥행몰이를 한 K-드라마가 떠올랐다.

격렬한 OTT 전쟁으로 고민이 많던 리드 헤이스팅스 형님이 3분기 어닝 발표에 나와 녹색 츄리닝을 입고 함박웃음 짓게 만든 '오징어게임'이다.

 

출처: 넷플릭스

그 중에서도 오일남 할아버지 명대사가 떠올랐다.

 

"정말,,, 아직도,,, 사람을 믿나?"

 

책을 읽던 당시, 나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규칙이 없는 편인 K-외국계회사에 다니며 창업을 준비중이었다. 다니던 회사를 지켜보며 규칙이 적어지면 직원은 편해지는데 이게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손실로 이어진다고 느꼈다. 직원편의와 회사이익은 트레이드오프 관계라고만 느꼈던 것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로 인해 출근이라는 규칙 또한 사라지며 이게 극에 달했다. 결국 능력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만 일하고 그 반대인 사람들은 더욱 놀기 좋아지는 환경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사람을 너무 믿는 회사 임원진들에 대해 한숨만 쉬고 있던 차였다. K-외국계회사의 DNA를 가진 나는 점점 꼰대가 되어 가고 있었고 오일남 할아버지의 질문에 '사람은 믿으면 안된다'고 답을 내렸다.

 

스타트업 CEO를 꿈꾸기에 자유로운 문화는 내게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스타트업이라면 맥주 마시며 일을 하고 라운지에서 동료들과 게임을 하며,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점심시간쯤 출근 하는 곳 아닌가. 창조와 혁신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것이 허용되는 곳 아닌가. 나 또한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만 창조와 혁신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은 항상 공감하는 바였지만, 경영자로서 어떻게 직원들(사람)을 믿고 자유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혁신을 거듭하며 One of FAANG이 된 넷플릭스의 실험은 내게 참고할만한 좋은(하지만 매우 비싸고 어려운) 사례를 보여주었다.

 

목적을 명확히 하라.

내가 다니던 회사와 넷플릭스와의 가장 큰 차이는 F&R 중 R 이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선진 기업 문화를 추구하며 직원들에게 Freedom은 주었지만 Responsibility는 함께 주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이런 점은 많은 한국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를 수입해 올 때 많이 겪는 실수인 것 같다. 이런 실수의 주 원인은 그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표면적 현상만 보고 어떠한 제도를 도입하지만 정작 그 목적은 희미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직원들의 워라밸을 좋게한다던가, 근무 환경을 좋게 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 또한 수단일 뿐이다. 넷플릭스 문화의 목적성은 매우 단순하고 명확하다.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준다."

 

이를 위해 매우 과감한 시도들을 한다. 시장 최고가보다도 더 높은 급여를 준다거나, 인센티브를 없앤다거나, 모든 규정을 없앤다거나, 신규 직원에게도 엄청난 권한을 주는 등이다. 직원 입장에서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키퍼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퇴직금을 받고 물러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정적 피드백도 거침 없이 받는다. 직원 입장에서 좋은 문화든 불편한 문화든 넷플릭스의 내부 제도와 문화는 모두 명확한 목적, 한 지점만을 향한다.

 

매우 정교하게 쌓아올려라.

영화에 있어 명작과 망작을 나누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정교한 디테일이다. 같은 줄거리의 리메이크 영화라도 디테일이 다르면 완전 다른 영화가 된다. 할리우드판 '올드보이'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완전 다른 작품인 것 처럼 말이다. 기업 문화도 영화와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맥락과 목적을 가지고 기업 문화를 도입하여도 정교함이 없다면 성공할 수없다. '넷플릭스'는 '스타플레이어에게 날개 달아주기'라는 결말(목적)을 향해 아래와 같은 Flywheel을 매우 정교하게 층층이 쌓아간다. (책에는 3개의 층으로 소개가 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넷플릭스'의 혁신에 개연성이 떨어져 할리우드판 '올드보이'가 되버릴 것 이다.

 

근거 있는 낙관주의를 가진 경영자가 믿어야 할 것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정말,,, 아직도,,, 사람을 믿나?"

 

나는 여전히 '경영자라면 사람을 믿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 생각과 이 책이 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는 '직원(사람)에 대한 믿음' = 'F&R을 준다' 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규칙 없음'에서는 근거 없이 직원을 믿으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을 믿을 수 있는 매우 탄탄한 근거를 쌓아나가라고 한다. 이렇게 쌓인 근거들은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 강력한 믿음을 준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가진 경영자라면 '샤람이 먼저다'라며 사람을 믿을 것이다. '오징어게임' 같은 극악무도한 '시스템'에서도 근거 없이 사람을 믿는 '성기훈(이정재)'이 살아남은 건 우연의 산물일 뿐이다. 평행우주가 100개라고 했을 때 기훈이는 50번 이상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거 있는 낙관주의를 가진 경영자라면 우연에 기대서는 안된다. 말이 좀 복잡하지만 '직원(사람)을 믿을 수 밖에 없게 하는 시스템에 대한 믿음' = 'F&R을 준다' 라는 관점으로, 명확하고, 필연적이며, 계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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